남산의 부장들 책 표지와 영화 포스터
남산의 부장들 책 표지와 영화 포스터

 

배우 이병헌의 '남산의 부장들'이 영화 전체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논픽션 베스트셀러 동명 원작이 재조명받고 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병헌)이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사건을 벌이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영화의 원작인 이 책은 한국 중앙정보부( KCIA)의 부장(부총리급)들과 이들이 주도한 공작정치를 소재로 한국정치의 이면을 파헤친 정사(正史)이다. 의미심장하게도 과거는 현재에 대해서도 발언한다. 

12월의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정수장학회, 부산일보, MBC 경영권, 그리고 인혁당 8명의 비극적인 죽음과 민청학련 등 과거사 문제는 박정희 정권의 ‘중앙정보부’가 그 씨를 뿌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옛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오늘의, 우리 삶의 구조와 그 내력을 밝히고 있다. 

김종필은 5․16 쿠데타가 성공하자마자 박정희의 명을 받아 중앙정보부 창설에 나섰다.

1961년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거머쥔 박정희와 김종필은 미국의 CIA(Central Intelligence Agency)를 본떠 한국 중앙정보부를 만들었다. 미국 정부의 아이디어와 권유에 힘입은 것이긴 했지만, 운용은 전혀 달랐다. 한국의 중앙정보부는 북한동향을 감시하고, 국내의 정권에 반대하는 모든 행위를 차단, 탄압, 단속하는 것을 주요 업무였다. 

그 뿐만이 아니다.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정치공작, 선거조작, 이권배분, 정치자금 징수, 미행, 도청, 고문, 납치 심지어 대통령의 여자관리까지 도맡아서 했다. '남산의 부장들'은 대통령과 정권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자행된 이 모든 불법행위에 대한 한 저널리스의 목숨 건, 집요한 추적기다.

이 책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의 여색 행각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박 대통령이 중정부장, 경호실장 등과 갖던 ‘밤의 연회’에 그 당시 달력에 나오는 연예인들이 거의 모두 참석했다는 증언도 있다. 이 행사를 주관하던 중앙정보부 과장은 가정 분란이 생겼고, 또 한 사람은 결국 10․26과 함께 총살당했다.

원작인 '남산의 부장들'은 1992년 출간 당시 52만 부를 판매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일본에서도 최대의 출판사인 강담사(講談社)에서 1994년에 번역 출간돼 한국으로 부임하는 주한대사 및 외교관, 특파원 상사원들의 필독서가 되었다.

20년 만의 개정 증보판을 위해 등장인물 176명에 대한 2012년 현재의 시점에서 인맥사전으로 정리해 권말부록으로 담았다.

이 책은 지나간 또는 진행중인 현대사를 돌아보고 어설픈 민주주의에 회초리를 들고 있다. 

또 몇십 년 전의 독재적 현실들이 어땠는지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 결국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아직도 우리 곁에 숨쉬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정치 파워 엘리트사전이라고 볼 수 있겠다.

강선영 기자 ksy@newsn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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