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민중시 2'를 통해 등단한 김형수의 시집이다. 탄탄한 내공과 솔직함이 느껴진다. 고마운 일은 고맙다고 미안한 일은 미안하다고 화가 나는 일은 화난다고 슬픈 일은 슬프다고 한다.

"멀리 공사장에서 일하는 인부가/ 제 무덤을 파는 노인처럼 보였다// 쉬는 날 마포 삼층에 앉아 담뱃불을 붙일 때면/ 연기 같은 영혼 천삼백 개가 파는 천삼백 개의 무덤이 보인다// 나도 여기 서서 내 무덤을 판다"('나는 여기 서서 내 무덤을 판다' 전문)

그는 "시인을 성자로 알던 시절이 너무나 그립다"며 "24년이나 휴지기를 두었지만 나의 옛 마음을 찾을 수 없었다"고 돌아봤다. "왜 이토록 삶을 기뻐하지 못했을까? 돌아갈 길이 끊긴 자리에 한사코 서 있는 모양이라니! 그래도 네번째 시집이라 불러야 한다." 문학동네, 128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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