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창간 50주년을 한해 앞둔 교양 잡지 월간 '샘터'가 무기한 휴간에 들어간 사례가 대표적이다. 샘터는 ‘휴간’을 내걸었지만 업계에선 잡지 인기가 예전같지 않은만큼 ‘폐간’으로 보는 시각도 적잖다. 사실상 ‘잡지’가 몰락하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1990년대부터 적자를 면치 못했던 ‘샘터’는 단행본 수입으로 근근이 버텨왔지만 결국 최근 연간 3억 원의 적자가 이어지면서 휴간을 결정했다. 호황을 누리던 한 때엔 50만 부를 찍어내기도 했으나 최근엔 2만 부 정도로 크게 줄어들었다.

한국ABC협회가 집계하는 잡지분야 인증부수 통계를 보면 지난해 기준 유료부수가 2만 부를 넘는 매체는 187개 회원사 중 4곳뿐이다. 5년 전인 2013년에 10곳이었던 데 비해 절반 이상 크게 줄어든 수치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잡지인 여성중앙, 인스타일, 쎄씨 등도 지난해 잇따라 폐간하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등록된 잡지사 중 유료부수가 가장 많은 곳은 4만 1718명인 ‘여행스케치’에 이어 발행 부수 1만 부가 넘는 곳은 여성조선(3만 8299명) 등 11곳에 불과하다. 사실상 잡지 수익만으로 생존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샘터’가 처음 글을 담기 시작한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인 1970년 4월이다. 김 발행인의 선친인 김재순 전 국회의장이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교양지’를 표방하며 창간호를 펴냈다. 창간 당시 “담배 한 갑보다 싸야 한다”며 100원에 판매하기 시작한 김 전 의장의 뜻은 현재 가격을 3500원으로 책정한 데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사실 샘터 이전에도 문을 닫는 잡지업계는 수두룩하다. 샘터에 앞서 20여년간 인기를 끈 월간 ‘인물과 사상’ 역시 무기한 휴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인물과 사상’은 창간준비호로 1998년 4월호를 발행한 이어 지난 9월호까지 21년 동안 통권 257호를 발행했다. 하지만 잡지 발간의 실용적인 가치를 생각할 때 더 이상 발행을 이어가기 힘든 한계에 부딪쳤음을 인식하고 휴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샘터’를 구독해왔던 김종필 씨는 “잡지엔 신문 또는 인터넷에 담긴 내용과는 다른 깊이 있는 정보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서점에 가서도 점점 잡지를 찾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잡지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엔 잡지사 간 경쟁이 있었다고 하지만 이제는 잡지사끼리도 협업을 하는 사례도 많다. 이는 시대적인 변화 아래 잡지사가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라며 “여러 잡지사가 생존을 위해 다양한 콘텐츠 제작에 열중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 뉴스앤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